기억을 지키는 열쇠, 해마를 보호하자

경희고려한의원장

한의학박사 문 희 석

기억력 저하와 치매는 단순한 노화의 현상이 아니라, 뇌의 특정 부위가 구조적 손상을 입는 데서 비롯된다. 그 중심에는 ‘해마(Hippocampus)’라는 작은 뇌 구조가 있다.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기억으로 바꾸는 중요한 중계소이며, 특히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. 하지만 이 해마가 손상되면 최근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 장애가 발생하고, 이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이어진다.

해마는 스트레스, 수면 부족, 염증, 순환장애 등으로 쉽게 위축될 수 있다. 특히 만성 스트레스는 뇌 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키며, 해마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.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, 충분한 수면, 명상과 호흡을 통한 스트레스 조절이 필수적이다. 또한 블루베리, 오메가-3가 풍부한 생선, 녹차 등 항산화 식이요법은 해마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재생에 도움을 준다.

흥미롭게도 해마는 나이가 들어도 ‘신경세포의 생성이 가능한’ 뇌 영역 중 하나다. 따라서 해마를 자극하는 새로운 학슴과 창의적 활동, 사회적 교류 그리고 한의학적 관점에서 심(心)과 신(腎)을 보하는 총명탕, 귀비탕, 육미지황탕 등의 복합 처방은 해마의 기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.

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근간이다. 해마를 보호하는 삶의 습관은 단지 치매를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, 더 깊이 있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.

2025.6.18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