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숨이 막혀요” 그 느낌, 정말 숨이 부족해서일까? – 과호흡증후군을 아시나요
경희고려한의원장
한의학박사 문 희 석
“가슴이 답답해요. 숨이 안 쉬어져요. 손발이 저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요. 병원에 가보면 이상이 없대요.”
이런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. 겉으론 건강해 보이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숨 막히는 느낌과 공포 때문에 삶이 흔들리죠.
이 증상을 우리는 **과호흡증후군(hyperventilation syndrome)**이라고 부릅니다.
과호흡은 말 그대로 숨을 너무 많이 쉬는 것입니다. 아이러니하게도, 이 증상은 숨이 모자라서가 아니라, 숨을 너무 많이 쉬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.
빠르고 깊은 호흡을 반복하면 몸에서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빠져나가고, 그 결과로 어지럼증, 손발 저림, 가슴 조임, 심장 두근거림, 불안, 죽을 것 같은 느낌 등이 나타납니다.
대개는 불안, 긴장, 스트레스 등 심리적인 원인이 작용합니다. 발표 직전, 엘리베이터 안, 사람 많은 지하철 등에서 자주 나타나죠.
또 하나의 흔한 원인은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입니다. 입호흡은 코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숨을 들이쉬게 되어 과호흡을 유발하기 쉽습니다.
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?
가장 먼저 할 일은 입을 다물고, 코로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는 것입니다.
숨을 들이쉴 땐 배가 볼록해지고, 내쉴 땐 배가 들어가는 걸 느껴보세요.
‘숨을 덜 쉬는 것’이 오히려 우리 몸을 정상으로 되돌립니다.
또한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, 카페인과 흡연을 줄이며, 명상이나 산책 같은 안정 루틴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.
물론 과호흡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 정도라면,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.
한의학에서도 침 치료, 심신안정 한약, 단전호흡법 등으로 과호흡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.
숨이란 생명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입니다.
숨이 흔들린다는 것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.
내 호흡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더 평온해질 수 있습니다.
2025.4.31